뽀미의 개발노트

병아리 개발자의 2023년 회고 본문

개발자가 되는 과정

병아리 개발자의 2023년 회고

산타는 뽀미 2024. 11. 25. 21:34

나는 이제 막 개발자로 2개월 하고 며칠 더 일한 병아리 개발자이다. 오늘은 24년 1월 3일인데 이미 지났지만 작년 한 해를 돌아보려고 한다.

내 꿈 : 위협적인 병아리 개발자가 되는 것.

23년은 내가 기존에 하던 직업(수학강사)을 그만두고, 코딩을 배우고 3개월의 취준 기간을 거쳐, 마침내 개발자로서 첫 회사에 입사하게된 해이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갑자기 개발자로 일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정말 하지 못했다. 큰 꿈 없이 흘러가듯 사는 나의 성격이 이렇게 뜬금(?)없는 곳에 날 데려다줄 줄 몰랐다. 어렸을때부터 갈망해왔던 아주 간절한 꿈을 드디어 이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왕 개발자로 살게 된 거 내 운명에 순응하고 또한번 최선을 다해서 살아보려고 한다. 마치 처음부터 이게 내 꿈이었던 것처럼.

[개발자가 된 과정]

내가 찍먹해왔던 직업들이 여러가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즈음에는 다른 동기들처럼 의대 편입을 준비해보기도 했고, 대학원도 경험해봤고(두달 뿐이지만), 로스쿨을 준비할까 공무원시험을 준비할까 아니면 수능공부를 다시 해볼까 고민도 했었다. 그러다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뜬금없이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오게 됐고, 언니가 일하는 학원에서 수학강사로 일하게 되었다. 대학교 입학식도 하기 전부터 영어학원에서 알바를 먼저 시작했던 것에서 시작해 이상하게 내 커리어가 전부다 교육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고3때도 재수할때도 입시준비가 정말 지긋지긋했는데 계속 입시판에서 일하면서 끊임없이 나도 대학으로 평가받고 남도 대학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에 환멸이 났다. 강사라는 직업은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덕분에 성격도 활발해졌고 사랑하는 언니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정말 즐거웠지만, 나는 그 직업을 하면서 잘 하고 싶지 않았고 잘 된 선배 강사가 부럽지 않았고 내가 30대 중반이 되어서도 이 일을 하고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 막막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전공을 살릴수도 없고 어떤 직업을 해야하나 고민하던 차 한번쯤 배워보고 싶었던 코딩을 배우게 됐고, 매일 선생만 하다가 다시 학생이 되니 정말 재밌었다. 쌤들도 너무 좋고 학원에 너무 정들어서 계속 다니다 보니 어쩌다가 개발자가 되었다;; 그니깐 난 이전에 하던 직업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도망치다 도착한 곳이 우연히 개발자였던 것이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멋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게 솔직한 상황이다. 근데 꼭 원대한 꿈을 가지고 도전한 사람만 잘 되는 건 아니니까! 되는대로 살다보니 이 직업을 우연히 갖게 되었지만 왜인지 이 안에서 내가 바라던 꿈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좋다.

[개발자의 장점]

개발자로 일한지 아직 두달밖에 안 됐지만, 이 직업은 정말 매력적인 직업같다. (내가 학원 강사였기 때문에 강사랑 비교해서 생각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강사들보다 모든 개발자가 낫다는 뜻은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는 강사보다 개발자가 재미있다.) 일단 강사와는 달리 나는 이 일을 잘 하고 싶고, 이미 잘 하고 있는 선배님들이 너무 부럽고, 이 일을 계속 할 30대 중반을 생각하면 프라이드가 쑥쑥 오른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된 개발자의 장점을 한번 정리해보겠다.

1. 개발자는 마치 마술사같다. 꽁시랑꽁시랑 코드를 짜면 자그마한 것이 마법처럼 뿅 만들어진다. 강사일 때는 애들을 가르쳐도 실력 향상이나 성적의 변화가 눈에 바로바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가끔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이 직업은 내가 하는 일의 업적이 실시간으로 보여진다. 이게 우리 뇌의 도파민 체계를 자극하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내가 원인을 제공하면, 바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좋아한다. (그 결과가 부정적이더라도) 그리고 거기에 중독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개발자라는 직업은 인간의 도파민 체계를 가장 잘 이용한 직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직업을 재미없어할 사람도 있을까?

2. 개발자는 불편한 걸 고치는 해결사다. 개발이라는 것은 아주 진보적이다.(정치적 발언 아님) 불편한 게 있으면 고친다는 것, 당연해보이는 말이지만 그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고, 나는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다. 보통 불편한 게 있으면 참거나 회피했지. 아주 작은 일이라도 검색해서 고쳐볼 생각은 딱히 하지 않았다. 프린트기가 안되면 답답하고 짜증나니까 바로 들고 서비스센터를 가는 사람이었다. 사실 아주 간단한 문제였고 스스로 고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처음 코딩 배울 때 구글링을 잘 못했다. 구글링을 하면 답이 나올거라는 생각조차 못해서 검색을 안 했다.) 그런데 개발자가 되니까 별로 문제될 게 없어보이는(?) 것도 다 고쳐야 한다. QA팀에서는 끊임없이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이거 고쳐라 저거 고쳐라 요구한다.(그 일도 진짜 재밌어보인다.) 그럼 우리 팀 형님들이 막 회의하면서 고쳐낸다.(존멋..!ㅠ) 나는 아직 신입 깍두기라서 어려운 건 못 맡고, 아주 자그마한 오류만 고쳐봤는데 일단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알게되면 정확히 어디서 문제가 발생하는 건지를 알아내야 한다. 프로젝트 속 수많은 파일들 중 관련된 기능의 단어를 검색해서 정확히 그 부분을 담당하는 파일을 찾아내고, 그 중 관련된 것 같은 코드를 개발자도구에서 찾아서 찍고, 그 기능을 실행했을 때 그 코드에 딱 걸릴때의 희열이란...! 암튼 그렇게 오류를 찾아내고 한줄만 추가했는데 그 오류가 재현되지 않을때의 행복이란...! 난 처음 IMS를 해결했을 때 너무 행복해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코드 한줄만으로 해결되는 간단한 오류였지만 어쨌든 내가 뭔가를 해결하고 내 머지 요청이 받아들여져서 회사 제품의 거대하고 멋진 코드에 나의 뽀짝한 한줄 코드가 포함되서 정말 뿌듯했다.

3. 개발은 팀플레이다. 팀플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정말 가치있고 멋진 일이다. 강사는 완전한 갠플이다. 한 수업에 선생이 두명 이상 들어갈 순 없다. 강의실에 들어가서 문을 닫는 순간 이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고 나라는 직원 혼자 이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잘해도 온전히 내탓 못해도 온전히 내탓이다. 나는 강사로서 짊어질 그 짐들이 정말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개발자는 프리랜서로 뛰며 간단한 프로그램만 만들지 않는 이상 절대 갠플을 할 수 없다. 특히 우리 회사처럼 큰 제품을 만들 때는, 아무리 뛰어나고 천재같은 개발자라도 그 한명이 여러 개발자들의 합동을 이길 수는 없다. 누군가와 함께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건 정말 값진 일이다. 일이 막히고 어려울 때 도움을 줄 형님들이 있고, 또 내가 회사의 멋진 작품에 내가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암튼 개발자는 정말 멋진 직업이다. 그리고 IT회사가 엄청 많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내가 처음 들어오게 된 이 회사가 정말 좋다. 선배님들은 똑똑한데다가 설명도 잘 해주시고, 다들 안 그런 척 하면서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고, 그리고 이 회사를 창립하신 분이 꿈이 크고 뚜렷하다는 점이 정말 좋다. 회사의 멋진 여정에 내가 발을 얹게 되어서 기쁘다. 나도 얼른 성장해서 도움이 되고 싶다.

[2024년은 어떻게 보낼지..]

사실 나는 아직 개발자로 일하기에 아주아주아주 많이많이많이 부족하다. 이런 부족한 나를 뽑아준 회사에 감사함과 의문을 동시에 느끼는 중이다. 그래서 개발 공부가 많이 시급하다. 나는 기초지식도 부족하기 때문에 퇴근 후 여가시간과 주말을 최대한 이용해서 웹개발에 대한 기초지식을 많이 쌓으려고 한다. 그리고 일하는 중간에는 아직 기초도 없는 상태라 코드를 좀 엉망으로 짜는 경향이 있지만, 최대한 기존 코드를 이해하고 내가 짠 코드를 선배님께 피드백을 받아가며 열심히 해봐야겠다. 솔직히 진짜 막막하지만, 원래 세상에 쉬운 일은 없으니까 어쩔수없이 파이팅하고 힘내보자!! 그리고 지금 대전에서 분당으로 이사 오면서 사는 곳도 바뀌고 주변 사람도 바뀌어서 안정적이고 보수적인걸 추구하는 내 성격상 혼란스러운 점이 너무 많은데 최대한 내 개인적인 부분이 일에 영향을 주지 않게 하고싶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할거다. 개짱 멋진 개발자가 되어서 다 패고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