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미의 개발노트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대학생으로 사는 개발자 사이버대 후기 본문

개발자가 되는 과정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대학생으로 사는 개발자 사이버대 후기

산타는 뽀미 2026. 1. 3. 15:21

어느날 문득 내가 비전공자라서 개발을 못하는게 당연하다는 변명 속에 숨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업무에는 점차 익숙해져 갔지만 새로운 업무를 받을 때마다 기초가 없어서 헤맸다. 클로드와 함께라면 일처리를 그럭저럭 해낼 수는 있지만 핵심을 놓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업무 외에 공부가 필요했다. 공부할 방법은 넘쳤다. 싼값에 질좋은 강의를 들을 수도 있고 유튜브만 들어도 충분할 수 있었다. 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문제는 내가 자발적으로 쉬는 시간을 내어 공부할 마음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끔씩 개발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불타올랐지만 서너시간도 유지하지 못했다. 슬프게도 나는 쉬는 날에도 하고싶은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쉬는 오타쿠는 아니었다. 강제성이 필요했고 나한테 맞는 방법이 필요했다. 내가 뭘 잘하나 생각해보았는데,, 나는 대학 다니는걸 좋아하고(대학다닐때 행복했었음), 단기간에 암기해서 시험 보는걸 잘한다. 인정욕구가 많아서 1등 하고싶은 욕심도 크고 말이다. 이런 내게 적절한게 뭐가 있을까 했는데 직장과 병행할 수 있는 사이버대를 발견했다! ٩(◕ᗜ◕)و

대학 합격문자 보고 기뻤다. 10년 전 만큼은 아니지만.

컴퓨터공학에 대한 기초를 배울 수 있으면서도 원래 관심있던 분야인 보안에 대해 배우고 싶었다. 보안 분야 쪽으로 유명한 사이버대가 어딘지 검색해서, 가장 먼저 나왔던 세종사이버대에 지원했다. 다행히 붙었다. 나는 이제 낮직밤대(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대학생) 생활을 하게 되었다.


1. 등록금

등록금 : 0원

5과목 듣는데 0원 들었다. (듣는 학점과 등록금은 비례함) 사이버대는 등록금이 싸고, 여러가지 장학금을 많이 준다. 나는 학교에서는 무슨 다시도전 장학금이던가,,? 그런거 좀 받고, 나라에서는 내가 셋째라서 국가장학금(다자녀 전형)을 받아서 결국 등록금을 안 냈다. 아 근데 국장은 20대때 국장을 안 받았어서 지금 받을 수 있었을지도? 뭐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든 돈 내고서라도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들어온건데 막상 공짜로 다닐 수 있게 되니 좋았다. 내가 받은 장학금 말고도 매우 많은 종류의 장학금이 있어서 대부분 매우 적은 금액 또는 공짜로 다닐 수 있다. 그리고 나처럼 이미 이전에 다른 대학을 다닌 적 있는 사람이면 1학년 신입 말고 3학년으로 편입학 하면 된다. 그럼 2년만 다니면 된다. 그래서 사이버대는 전체적으로 금액 부담은 없는 편.


2. 강의 방식

2배속으로 보면서 교수님 말 너무 빠르다고 생각하기

100% 온라인제다. 중간 기말 시험도 온라인으로 본다. 한 학기동안 학교에 찾아갈 일 한번도 없었다. 강의는 각 과목당 1주일에 한번씩, 하나에 1시간 30분쯤 한다.(그치만 항상 2배속으로 들으므로 하나당 45~50분쯤 걸린다고 보면됨) 나는 이번에 5개를 들어서 평일에 퇴근하고 하나씩 듣거나 주말에 몰아듣고는 했다. 교수님들이 강의 한번만 찍고 천년만년 우려먹을까봐 걱정했는데 3년마다 한번씩은 꼭 갱신하도록 규칙이 있다고 한다. 최신 기술이 중요한 IT 분야에서 1년전 강의를 듣는것조차도 아깝지만 뭐 어쩔 수 없지. 한 과목당 한 학기에 3~4번쯤 줌 라이브 강의를 한다. 참석이 필수는 아니지만 참여도 점수에 포함된다고 해서 거의 참석했다. 일주일 안에 강의도 5개나 듣고 라이브 강의도 2개나 듣고 하려면 좀 빡세다;;
강의 질은?? --> 이거 솔직히 좀 걱정했는데 예상보다 너무너무 좋았다. 사이버대가 일반 4년제 대학보다 내용이 너무 쉽거나 수준이 낮으면 어쩌지 걱정했었다. 근데 사이버대 수업은 영상으로 '박제'되는 것이고, 정해진 시간 내에 꼭 오늘 할 주제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내용이 알차고 적절했다. 20대 때 대학 다닐때는 가끔 교수님이 수업 내용이 아닌 딴 얘기로 새서 TMI 듣느라 진도가 늦어지기도 했었는데 이건 편집이 가능한 녹화 영상이므로 쓸데 없는 부분이 없다. 일반 대학이랑 차이나는건,,, 음,,, 두꺼운 전공 서적을 안 쓰고 강의에서 영어를 안 쓴다 정도? 이전 대학 다닐땐 분명히 한국어 수업인데도 강의 자료고 용어고 뭐고 다 영어였었는데, 사이버대 수업은 한글 위주인 것 같다. 


3. 시험

모의 시험 창

시험도 온라인으로 본다. 온라인으로 보는 시험이라 그냥 오픈북이라고 보면 된다. 위의 사진은 진짜 시험이 아니라 모의 시험 창인데 시험보는 창을 최소화하거나 다른 창으로 넘어가면 무조건 저 경고가 뜨게 되어있다. 그래서 ai 사용을 공개적으로는 막아놨다. 노트북을 하나 더 쓰는건 막을 수 없으므로 ai를 사용하려면 충분히 할 수는 있다. 오픈북이라서 성적대가 대체로 높기 때문에 시험 시간이 굉장히 짧다. 시험문제 20개인데 20분 준다. 암기 과목이면 1문제당 1분도 안 걸리기 때문에 이 시간마저도 충분하다. 그러나 계산이 필요한 과목의 경우 쪼금 시간이 부족하다.

공부하기 싫어 죽겠는데!

시험 공부는 벼락치기로 하긴 했지만 진짜 열심히 했다. 회사 일 바쁘게 하고 퇴근해서 또 책을 펴기가 쉽지 않았다. 중간기말 시험기간에는 주말도 반납하고 공부에 매진했다. 회사 일이 특히 바쁠 때는 현타 오기도 했다. 내가 이거 왜 한다고 했지,,? 이런 생각도 하구,, 이번에 대학 등록하면서는 예전처럼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대충 해야지(?) 다짐했는데 잘 안됐다. 답답한 모범생의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시험 전날 내용이 완벽하게 숙지가 안된 상황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사실 학점 좋아도 딱히 쓸모도 없는데 왜 시험 좀 못 보는게 그렇게 마음에 걸리던지,, 뭐 어쨌든. 암튼 공부 너무 하기 싫을때는 두쫀쿠 먹으면서,, 스스로를 달래가며 했다,,, 30살 딸의 사서고생+징징거림을 받아줘야 했던 엄마도 힘들었을듯,,
난이도는?? --> 이거에 대해서도 좀 걱정이 많았다. 나는 시험이 너무 쉬운걸 극혐한다. 그건 열심히 하는 사람과 열심히 안 한 사람 그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는 일이다. 혹시 사이버대는 너무 난이도가 쉬울까 걱정했었다. 흠,, 내가 들은 5개중 2과목은 너무 쉬웠고, 2과목은 적절했고, 1과목은 굉장히 어려웠다. 너무 쉬운 과목 2개는 내가 공부를 열심히 한게 현타올 정도로 자존심 상하는 난이도였다. 조금 더 성의 있게 내줬으면 좋았을 듯 싶다. 시험이 어려웠던 1과목은 제일 잘하고 싶었는데 제일 점수가 낮다. 암기 과목이 아니라 여러 도구를 써서 분석하고 계산하는 과목이라 아주 어려웠고,, 재밌었고,, 퀴즈랑 과제까지 다이나믹하게 내주셔서 정말 좋았다. 공부 개열심히 햇는데 시험 잘 못 봐서 속상하다.


4. 성적

20대에도 못 받아본 올 에이쁠,,

성적은 뭐,,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땜에 당연히 잘 나왔다. 20대 때는 그렇게 죽어라 해도 올 에이쁠은 한번도 안 나왔었는데,, 매번 한두 과목은 꼭 A0가 나와서 까비였는데 올에이쁠을 30살에 처음 받았다. 근데 사실 학점 좋아도 딱히 쓸모는 없고,, 자랑할 데도 없다,, 아 근데 국가장학금에 C학점 경고제인가? 뭐 그런거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C만 조심하면 될 듯 하다.


5. 회사랑 병행 가능한지?

25년 깃 잔디,, 평일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거의 공부를 한다.

힘들긴 하지만 가능하다. 퇴근후 or 주말에 강의 들으려고 노트북 켜놓으면 강의 다 듣고 일도 쫌쫌따리 하게 되고,, 시험 기간에는 꼭 칼퇴를 해야했기에 6시까지 업무를 다 끝내려고 더 집중해서 일했던 거 같다. 누군가는 나한테 '대학 다닐 시간에 일을 더 열심히 하는게 낫지 않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학 안 다녀도 여가 시간에 내가 일을 막 추가로 할 것 같지는 않아서,, 상관없다. 일할 시간을 쪼개서 하는건 아니고 쉬는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는 거라 일에는 영향이 없다. 흠 근데 나는 딱히 취미도 없고 인간관계도 없어서 가능했을지도?(또르륵,,ㅠ) 퇴근하고 나서 저녁먹고 뭐 하다보면 밤 8시~9시 쯤이고, 강의 한두개 들으면 바로 잘 시간이다. 만약 야근하느라 강의 못 들었으면 주말에 강의 다 들어야하고,, 보통 평일에 강의 2개 듣고, 주말에 3개 몰아서 들었다. 하나 듣는데 40~50분이라 몰아서 들으려면 꽤나 고역이다.

이 회사에 다닌지도 벌써 1년!!

어쩌면 내가 20대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것보다, 30대에 회사 다니면서 컴공을 전공하는게 더 나은 것 같다. 부족한 채로 이미 현업에 뛰어들어서 일하면서 그간 궁금했는데 미처 못짚고 넘어간 개념들이 많았는데, 그게 수업을 들으면서 하나씩 풀리고 있다. 실무가 뭔지 하나도 모르고 강의를 들었다면 코파면서 들었을 것 같은데 실무를 경험하고 거꾸로 돌아와서 들으니까 이해도 잘되고 잼나는 느낌이다.


6. 26년은?

저는 29~31살입니다.

이제 곧 만으로도 30살이 되는 사람으로서 멋찐 어른이 되고 싶다만, 이 나이 먹고 낮에는 직장, 밤에는 대학 다닐려니 좀 힘들다.ㅠ 이번에 5과목 듣는게 좀 힘들었어서 다음 학기 때는 4과목 들을거다. 그리고 이번에 너무 비효율적으로 공부 열심히 한거 같아서 다음 학기때 좀 요령 피우면서 대충 할거다. 1과목 덜 들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디지털포렌식 2급 자격증을 도전해볼까,,? 싶기도 함. 흠 암튼 26년도 귀찮지만 일도 공부도 잘 해보자!!